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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삼정지기
댓글 0건 조회 427회 작성일 17-07-0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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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개정된 정신보건법, 정신요양시설에는 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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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삼정원장

 
 

 

 
 

새로 개정되어 시행된 정신보건법 때문에 시끄럽다. 필자도 국립나주병원에 가서 정신요양시설장의 자격으로 교육을 받고 왔다. 교육 후의 소감은 “말도 안 되는 법”이었다. 기존의 법보다 독소 조항이 많고, 정신요양시설의 설립목적에는 부합되지 않는 법이였다. 또한 이 법은 보이지 않는 힘 있는 자들의 농간이라는 냄새가 풍겼다. 사실 이 법은 19대 말기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 된 법이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제목의 법으로 포장되었다.

 
 

필자가 상담한 주변 이야기 하나 전한다. 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아들이 이상한 말과 행동을 보였다. ‘스트레스 때문이겠지’,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냈는데 증상이 점점 악화되었다. 아주머니는 아들을 정신과 병원에 데리고 갔다. 검사결과 조현병(뇌의 기질적 이상으로 오는 병)이었다. 의사는 입원을 권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하나인 아들을 옆에 두고 싶어서 집에서 치료를 원했다. 아들은 약을 거부했다. 강제로 약을 먹이면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1년 간 싸운 후 어쩔 수없이 아주머니는 남편과 상의하여 입원시키기로 하였다. 아들의 일로 정신이 빠진 사이 딸아이는 아들만 생각하고 자기는 관심도 안 갖는다며 딸아이가 온통 불만이다. 남편도 의지가 꺾이고 자신도 지쳤다.

 
 

가정이 초토화됐다. 그러나 병원에 있는 아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을 치료하려는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 후 요양시설로 왔다. 모 정신요양시설에서 작업치료를 비롯한 각종 훈련프로그램을 하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정신요양시설은 가족의 보호가 어려운 만성 정신질환자를 입소시켜 요양 및 보호함으로써 이들의 삶의 질 향상 및 사회복귀를 도모하는데 설치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시설에서는 정신의료기관에서 의뢰된 정신질환자와 만성질환자를 입소시켜 요양과 사회복귀 촉진을 위한 훈련을 행하고 있다. 그런즉 현재 요양시설에서 요양하고 훈련하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은 시설이 편안한 집이고 가정이다.

 
 

5월 3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정신보건법은 여러 조항이 대폭 개정되었지만 핵심은 이렇다. 입원, 특히 비자발적 입원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고, 일단 입원한 후에도 오랫동안 머무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소견이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 등을 강제했다. 전보다 입원 기간도 줄였다. 자·타해의 위험이 분명하지 않으면 정신 증상이 있어도 동의 입원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니 온 정신요양시설들이 난리다. 잔잔한 바다에 태풍이 와 버린 격이다. 요양시설에서 편안히 요양하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이 거리로 내 몰리게 된 것이다. 정신병원 위주의 법령을 요양시설에 적용시킨 것이다. 즉 맞지 않는 옷을 강제로 시설에 입히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강제입원에 의한 인권침해 요소를 대폭 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복지서비스가 전혀 아니다. 강제입원 조항이 강화되면 현재 10만 명인 입원 환자의 절반이 퇴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게 나온 환자들이 다시 입원하기란 쉽지 않다. 정신질환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환자 본인은 자신의 병을 모른다. 자발적 입원이 쉽게 나올 수 없는 구조이다.

 
 

갈 곳 없는 환자에 대한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돌아간다. 재입원도 장기입원도 어려워진 상황에 가족들은 환자를 데리고 ‘입원을 받아주는’ 시설과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한다. 아니면 이웃의 눈초리를 피하려 집안에 꽁꽁 감추어 두어야 한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부족한 공공 정신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사택감치(私宅監置)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가족이 관청의 허가를 받아 집 안에 ‘감치실’을 만들어 가두는 것이다. 준비 없는 환자의 퇴소는 사실상 환자를 좁은 집 안에 ‘사택감치’ 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복지는 편안함이다. 대상자에게 편안함을 주어야 한다. 늘 정서불안을 가지고 있는 정신 장애인들은 자신의 주위분위기에 의해 자신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喜怒哀樂 등)중에서 어느 하나의 감정을 선택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도 자연스럽게 외부로 표출시키지 못한다. 또한 피해를 보고 있지 않는데도 피해 받고 있다는 마음을 갖는 피해망상이나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자신은 이룰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 과대망상, 그리고 실제 들리지 않은 소리를 자신에게는 들린다는 환청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분들이 시내로 내 몰리면 어찌될까? 아마도 정신 장애인들의 관리 업무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법무부 소관의 업무로 되어야 할 것이다.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성공하려면 첫째, 병원과 요양시설의 구분이 필요하다. 요양시설과 병원의 시스템이 같으면 안 된다. 요양시설은 별도의 시행령이 있어야 한다. 둘째, 요양시설의 별도 시행령이 어렵다면 요양시설의 형태를 의료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예산과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민간에서 떠맡던 역할까지 공공의 영역으로 되찾아야 한다. 치매만 국가에서 책임질 것이 아니다. 정신질환자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누구나 정신질환자가 될 수 있다.

 
 
 
17-06-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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